소리우 라쿠미의 이야기 [ 또다시 시작 ][1]

소리우 라쿠미의 이야기
[ 또다시 시작 ][1]

그 일이 있고 난 뒤 집에서 하루 종일 있다가
더 이상 이런 삶을 살 수 없어서
나는 일어서게 되었다
그동안 연락도 못 했던 핸드폰을 보니
민속학 대학원 교수님의 연락이 몇 번이나 와 있었다
나는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 - -뚜

교수님 : 야 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 : 아...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교수님은 잠시 침묵 하더니
알았다고 내일 보자고 전화를 끊었다

" 후... 어지럽다 "

나는 고요한 집을 참을 수 없어서
TV의 소리를 작게 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나는 대학 연구동 구석에 있는 작은 연구실로 갔다
벽에는 일본 각지의 지도와
신사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교수는 내가 겪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중간에 한 번도 말을 끊지 않았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자 교수는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안쪽 서랍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는 거의 썩어 있었는데
책 중앙에는 원이 하나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 점 다섯 개가 박혀 있었다
" 이 책은 40-50년 전 어느 폐가에서 발견된 기록입니다 "
교수는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겼다
누렇게 변한 종이 위에는 이상한 그림들이 있었는데
짐승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형체들이었다
그 아래에는 오래된 글자가 적혀 있었다

- 공허를 지키는 다섯 문지기 -

교수 : 일본 각지에는 비슷한 전설이 존재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그들을 신이라 부르고
어떤 지역에서는 악귀라고 부릅니다

" 그럼 실제로 존재했다는 건가요? "

교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교수 : 모릅니다
하지만 우츠로무라와 관련된 기록에서는 다섯 존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자네가 처음이 아니야

" 무슨 뜻이죠? "

교수 : 지난 40년 동안 그것을 봤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지

"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

교수 : 전부 사라졌어

연구실 공기가 무거워졌다

교수는 다시 책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검은 먹으로 그려진 그림 하나가 있었다
다섯 개의 형체가 원을 이루고 서 있는 그림
그 아래에는 단 한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 문지기가 깨어날 때
공허는 다시 길을 연다

그 순간
교수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우리는 둘 다 전화기 화면을 바라봤고
발신자 표시는 없었다
그리고 전화기 스피커에서 잡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는 이미 깨어났다

교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집어 들었다

" 누구야?! "

대답은 없다

잡음만 이어지다가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교수는 천천히 의자에 앉더니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사진 수집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 대부분은 흑백이었다
산속 폐가 - 무너진 신사 - 숲 속에 세워진 돌기둥

교수 : 이 사람이 첫 번째 생존자였어

" 생존자요? "

교수 : 그래
너처럼 우츠로무라를 다녀왔다고 주장한 사람이야

" 지금은 어디 있어요? "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교수 : 실종됐어

다음 사진은 중년 여성이었고 결과는 같았다

실종 - 실종 - 실종 - 실종

마지막 사진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다
사진 속 남자는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 이 사람은요? "

교수 : 죽었어 , 산속에서 발견됐는데
시체 주변에 다섯 개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지

" 다섯 개? "

교수 : 사람의 발자국이 아니었어

교수는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 곳곳에는 붉은 핀이 꽂혀 있었다
모두 일본 각지의 외진 산간 지역 있었다

" 이게 뭔가요? "

교수 : 실종 사건 발생 지역

교수는 책상 위에 낡은 기록을 펼쳤다
거기에는 다섯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청목신 / 백면신 / 적안신 / 암영신 / 공허신

" 이게 그 다섯 신인가요? "

교수 :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기록마다 이 이름들이 계속 등장해

나는 적안신이라는 이름을 보자 몸이 굳었다

붉은 눈....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교수 : 무언가 본 모양이네

나는 그곳에서 본 붉은 눈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수는 아무 말 없이 메모했고 입을 열었다
교수 : 아마 첫 번째 신은 적안신일 가능성이 높아

" 왜죠?? "

교수는 오래된 지도를 펼쳤다

교수 : 여기에서 최근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어

산속 폐신사 - 실종자 세 명 - 생존자 한 명

" 생존자가 있어요??? "
" 그럼 만나야 하는거 아닌가요?? "

교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 : 무조건 만나 봐야지

다음 날
우리는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한 산골 마을로 향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인구도 얼마 남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전체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주치는 주민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시선을 피했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생존자는 마을 외곽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여자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눈 밑은 새까맣게 꺼져 있었고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생존자 : 오지 마.. 오지 마.. 그 눈을 보지 마...

교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수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여자의 눈동자 한쪽이 붉게 변해 있었다
핏빛처럼
그리고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 : 누가 있었죠?
생존자 : 사람이 아니었어요
얼굴이 없었어요
교수 : 얼굴이???
생존자 : 그 뒤에 네 명이 더 있었어요

나와 교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다섯 명...

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나는 본능적으로 돌아봤다
병실 창문 너머는 어두운 산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창문을 가리키며 몸을 떨고 있었다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고 간호사가 뛰어 들어왔다
여자는 정신이 끊어질 듯 한 발작을 일으키며 천장만 바라봤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병원을 나왔다
교수와 나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둠이 우리를 삼키고 있었다
산골 마을 특유의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때였다
교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 왜 그러세요?? "

교수는 말없이 길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 검은 정장 - 하얀 장갑 - 여우 가면
틀림없었다

" 교... 교수님 " " 저 사람입니다 "

교수의 표정이 굳었다

가로등 아래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남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위협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마치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하얀 장갑을 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산 쪽이었다

잠시 후 지나가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남자를 지나갔고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셔 잠깐 시선을 돌렸는데
가로등 아래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급히 가로등 아래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바닥에 작은 종이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자 붉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첫 번째 신은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이 없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작은 여우 문양 하나가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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