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건물 입구에 남자가 서 있다


 [ 건물 입구에 검은 남자 ]


이 이야기는 3년 전에 겪은 일이다

지금도 무슨 일인지 잘 설명할 수 없다

귀신을 봤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당시 나는 야간 근무를 하는 IT 기술자였는데

퇴근 시간은 보통 새벽 2시가 넘었다

서울 외곽의 오래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건물은 15층짜리였고 세대 수도 꽤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이사 온 지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이사 왔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매일 같은 남자를 본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같이 건물 주민이라고 생각했다

40대 / 마른 체형 / 검은 패딩 / 검은 모자

그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 매일 달랐는데

그 남자는 늘 건물 입구 근처에 있었다


처음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 번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해서 일부러 천천히 걸어 보았다

남자는 건물 출입문 옆에 서 있었는데

내가 가까워질수록 고개를 더 숙였다

이상하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느낌이었다

나는 지나가면서 힐끗 봤는데

그 순간 그 사람 손에 우편물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다음 날도 있었고 또 다음 날도

항상 우편물인가 전단지인가를 똑같이 들고 있었다


며칠 뒤 관리 사무소에 택배를 찾으러 갔다가

별생각 없이 물어봤다


나 :

" 아저씨 그 .. 입구 쪽에 항상 있는 남자 있잖아요? "

관리 아저씨 : 어떤 분이요?

나 : 검은 패딩 입은 사람이요


관리 사무소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관리 아저씨 : 그런 분이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매일 보이는데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저씨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날 밤 퇴근 후 다시 그 남자를 봤다

" 정말 이 건물 주민이 맞을까? "

" 혹시 범죄를 노리고 여기 있는 건가? "

나는 여러 가지 찜찜한 생각이 들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에 가서 일부러 커피를 사서 천천히 마시고

다시 건물로 돌아왔는데 남자는 그대로 있었다

남자는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다


며칠 뒤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새벽 3시쯤 집에 들어왔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수리 중이라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했다

나는 12층에 살고 있는데 7층쯤 올라갔을 때였다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힘들기도 했고 잠시 멈춰 섰는데

아래를 보고 순간 얼어붙었다

입구에 있던 그 남자였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계단을 올라왔다

그리고 내 옆을 지나갔다

이때 처음으로 얼굴 일부를 조금 볼 수 있었다


남자는 며칠 밤을 새운 사람처럼 굉장히 창백했다

그는 계속 올라갔다

8층 9층 10층


나는 그냥 집으로 올라갔다

" 저 사람 몇 층에 사는 거지? "

나는 다음 날 관리 사무소에 물어봤다


나 : 저번에 물어본 사람

혹시 몇 층에 사는지 알고 있나요?


관리 아저씨 : 주민 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너무나 정상적인 반응이어서 나도 더 묻지 않았다


이상한 사건은 다시 일어났다

퇴근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을 눌렀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 손을 넣었다

그 남자였다

그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왔고

여전히 고개는 푹 숙인 상태였다

엘리베이터 안은 너무 조용했고

잠시 후 12층에 도착해서 나는 내렸는데

그 남자는 내리지 않고 엘리버이터가 올라갔다

나는 궁금해서 기다렸는데 15층을 누른 것 같았다

그날 밤

잠들기 전 창밖을 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반대편 건물 15층에 불이 커져 있었고

어떤 그림자가 가만히 서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 보던 나는 이 건물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2018년 - 한 남성이 옥상에서 추락해 사망

위에 기사를 클릭해서 보고 얼어붙었다


검은 패딩 / 검은 모자 / 마른 체형

입구에서 매일 보던 남자와 비슷한 설명이었다


나는 이사를 준비하였고 이사하기 전 마지막 밤에

퇴근 후 건물 입구에서 그 남자를 봤다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드디어 보이네요 "

그는 씁쓸하게 웃더니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게 마지막이었다


이사 후 그 남자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면

그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지금도 가끔 새벽에 퇴근길을 걸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어떤 것들을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는데

우리가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것뿐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왜 나에게만 보였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 건물 입구에 검은 남자 ]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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