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우 라쿠미의 이야기 [이상한 마을][1]
소리우 라쿠미의 이야기
[ 이상한 마을 ] [ 1 ]
매미가 너무 시끄럽게 울던 여름이었다
그 마을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이상한 정도의 조용함이었다
산이 많은 일본 북부 지방 특유의 음침한 공기
짙은 안개가 산의 허리를 감고 있었고
낡은 전봇대에는 녹슨 풍경이 매달려
바람도 없는데 쇳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 우츠로무라 ]로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은 산골 마을이었다
나는 민속학 대학원생으로
" 사라진 토속신앙 "을 깊게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대해 검색해보니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기만 몇 개 있을 뿐
그 외에 자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도 없고 검색도 잘 안되고
마치 누군가 자료를 지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무엇인가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잠에 들었고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 탄 뒤에야
그 마을에 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내서 서 있었다
그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은 나 혼자였는데
도착한 버스에도 사람이 없었다
나는 버스에 천천히 올라탔고
운전기사는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알고 타는 거냐며
인상을 쓰면서 말을 했다
운전기사 : " 거긴 왜 갑니까? "
" 조사 때문에요 "
운전기사 : " 학생.... "
버스 기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 밤에는 밖에 돌아다니지 마 "라고 말했다
나는 약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기사의 표정은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버스는 산길을 한참 올라갔고 창밖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버스 창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툭 - 툭 - 쏴아 -
잠깐 내리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자연과 빗소리를 느끼고 있던 것도 잠시
길가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검은 우비를 입은 사람들
하나같이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저 사람들은 뭐죠? "
내가 묻자 운전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버스가 멈춘 건 저녁 7시가 넘어서였다
버스 기사 : 종점입니다
밤에 누군가 불러도 대답하지 마세요
나는 짐을 챙겨 내렸고 버스는 떠났다
버스가 멀리 사라지자 나는 깨달았다
가로등이 없어서 마을 전체가 너무 어두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에 와 버렸다니
나는 버스가 내린 곳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 가 보았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 계세요??
반복적으로 3번 정도 말하자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와 얼굴 반이 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길을 잃었는데 너무 어두워서요
혹시 여기 하루 정도 머무를 수 있을까요?
얼굴이 반 정도 보였던 사람이 나왔는데
나이가 좀 있으신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한참 말이 없었는데
" 외지인이네.. "라는 말을 했지만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서 집에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향 냄새가 진하게 났다
하지만 이상한 냄새도 섞여 있었다
나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방은 2층 끝이었는데 복도에는 이상한 인형들이 놓여 있었다
짚으로 만든 사람 형태의 인형인데
눈 부분은 검게 칠해져 있었다
" 저게 뭔가요? "
할머니 : 대신 보는 것들
" 네? "
할머니 : 밤에는 창문 열지 마
할머니는 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내려가 버렸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았고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은 바람이 불 때마다 삐걱거렸다
그러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뭔가를 끄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조심스럽게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종이문 틈 사이로 밖을 들여다본 순간
헙 -하고 숨이 멎었다
검은 우의를 입은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비를 맞으며 줄지어 산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들 맨발이었는지
진흙은 밟는 - 찰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손에는 등불이 들려 있었고
맨 앞에는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여자는 무언가를 끌고 있었는데 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짐이 아니었고 사람이었다
팔다리가 묶인 채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끌려가고 있는 것에 정신을 팔린 사이
여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 나를 바라봤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인 얼굴에는 눈동자가 없었다
길게 찢어진 입으로 웃고만 있었다
그 순간 할머니가 내 어깨를 잡아서 창문에서 떨어지게 했다
그리고 이상한 부적을 내 손에 올려 주었다
창문 바로 앞에서는 " 왜 방해해.."라는 소리가 들렸고
이상한 냄새와 함께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는 " 절대 눈 뜨지 마 "라고만 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감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한참 뒤에 닭 우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이상한 소리도 사라졌다
밖을 나가보니 벽에는 젖은 손자국이 가득 남아 있었다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할머니 " 오늘 밤 산에 올라간다 "
" 누가요.? "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할머니 : 신을 깨우러 가야 해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그날 밤 알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산속 신사로 향했다
비는 더욱 거세졌고 산길은 진흙탕이었다
그리고 신사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것을 보았다
산 한가운데 거대한 검은 고목이 있었다
문제는 그 나무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고목 중앙이 천천히 갈라지더니
안쪽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비정상적으로 긴 팔
사람 얼굴들이 뒤엉킨 몸통
인간 수십 명이 억지로 붙어 만들어진 것 같은 형태였다
그리고 그 몸 가운데 눈 하나가 떠졌다
그 새빨간 눈을 천천히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머리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 들어왔네 "
마을 사람들이 동시에 나를 바라봤다
그제야 깨달았다 제물은 나로 정해져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순간 내 뒤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이번엔 도망가지 마 "
나는 떨리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십 년 전에 실종된 내 누나가 서 있었다
분명 누나였다
십 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사람이다
가족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도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는 틀림없이 누나였다
왼쪽 눈 아래 작은 점 그리고 어릴 적 손등에 있는 화상 자국
" 누나..? "
내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누나는 웃고 있었지만 기괴한 웃음이었다
그때 고목 안에서 꿈틀거리던 얼굴들이 입을 벌렸다
으아아아-으으으우어아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누나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갑자기 손목을 잡아서 놀란 것보다 누나의 손이 너무나 차가웠다
누나 : 도망치면 안 돼
이번엔 끝내야 하니까
그 말과 동시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잘린 팔들이 서로 뒤엉킨 채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정신은 아득해졌지만
누나가 " 절대 저걸 보면 안 돼.. 특히 눈은.. " 이라며 속삭였다
이미 늦어버린 감이 있었다
나무 중앙에 떠 있던 붉은 눈이 정확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파 춥다 살려줘 같이 있자
그리고 목이 잘린 사람들이 나무에 묶여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고 눈앞이 흐려졌을 때
누나가 나의 뺨을 세게 때렸다
누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낡은 부적이었다
붉게 말라붙은 흔적이 묻고 있었다
피로 쓴 부적인 것 같았다
누나 : 내일 새벽 세 시 서쪽 폐신사로 와
거기서 다 말해줄게
" 뭐..? "
그 순간 누군가 공중으로 끌려 올라갔다
검은 우비를 입은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고
살려 달라는 소리가 무섭게 콰득 하며 목이 돌아갔다
남자의 몸은 고목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 소리쳤다
" 신이 노하셨다 , 외지인을 죽여라 "
순간 수십 개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향했고
누나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누나의 등 뒤로 새까만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사람 형태였지만 목이 없었다
잘린 목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이 누나 어깨 위에 손을 한 번 올리고
나를 향해 고개 없는 몸을 돌렸을 때
- 찰칵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산 아래 숲 속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찍고 있었다
플래시가 번쩍였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이 약간 보였다
검은 정장, 하얀 장갑, 여우 가면
그 사람은 천천히 -쉿이라는 제스처를 보이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누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왜 .. 저게 여기 있지..? "
" 누구야..? "
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마을에 있는 건 "신"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산에는 총 다섯 개의 " ? "이 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들을 전부 섬기고 있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소리우 라쿠미의 이야기 [ 이상한 마을 ] [1] 끝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