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쁜 건물
비는 이른 저녁부터 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창문을 두드리는 정도였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거세 졌다
오래된 빌라 외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 소리가
꼭 내 마음을 긁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야근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넘어서 집으로 향했지만
짜증 나게도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 있었다
- 점 검 -
빨간색으로 쓰여있는 글을 보니 나의 분노도 커졌지만
이 주변에서 가장 월세가 저렴한 건물에 살고 있었기에
우산을 접고 계단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하필 내가 사는 곳이 5층이어서 계속 올라가야 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올라가는 계단에 불빛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계속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였고
오늘따라 콘크리트 냄새와 물 비린내도 더 심하게 나는 듯했다
터벅 - 챱 - 터벅 - 챱
젖은 운동화와 지친 몸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3층 정도 올라가고 있었을 때
위층에서 누가 내려오는지 아니면 먼저 올라가는 건지
피곤한 생태여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떤 느린 발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가 또 야근했나?라는 생각으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는데 발소리가 너무 느렸다
한 걸음 - 한 걸음 - 한 걸음
어디서 불편한 사람인가? 아니면 어두워서 천천히 움직이는 건가?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좀 더 올라갔다
하지만 4층에 도착했을 때 한 번 더 멈췄다
위에서 아직도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발소리도 멈췄고
빗소리만 고요하게 들릴 뿐이었다
" 하.... 뭐야... "
다시 움직여야 하나 고민을 하는 중
- 끼이이익
내가 서 있는 바로 위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 내려다보지 마 "
" 절대 아래 보지 마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위를 보니
희미한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었는데
흰 잠옷을 입은 노인이었다
노인은 창백한 얼굴과 산발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노인 : " 저기 총각.... "
네?
노인 : " 아까부터 계속 따라오잖아... "
누가요??
노인은 손가락으로 아래층을 가리켰고
나는 그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이 내려갔는데
그 순간 노인이 버럭 소리쳤다
" 보지 말라니까!!!! "
" 빨리 집에나 들어가!! "
노인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문을 닫았다
공포로 굳은 몸을 움직여서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다
소리도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움직이며 가고 있을 때
- 쿵 - 팅... - 샤르르
아래층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나는 거의 집에 도착하기 전인
그 노인의 집 정도에 와 있었고 긴장이 풀렸는지
계단 아래를 아주 살짝 보려고 했고 정말 살짝 보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것이 있다면 계단 손잡이에 검은색 물결 같은 것이 있었다
저게 뭐지?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봤는데
흐물흐물 움직이는 것이
긴 머리카락이 뒤집혀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저 몸이 얼어 있었다
그 순간 머리카락에서 하얀 손가락이 튀어나왔는데
그것이 위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의 시야에서 여자의 얼굴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새하얀 얼굴에 귀까지 찢어진 입
그 입에서 " 봤네...?"라는 말과 동시에
팔다리가 뒤틀린 채 벽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노인의 집 문을 두드렸어
하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나는 미친 듯이 내 집으로 달려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손이 너무나 떨려 비번을 누르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뒤를 돌아보니
목이 기괴하게 꺾인 모습으로 나는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거의 울먹이며 비번을 눌렀고
문이 열리자 뛰어 들어가서 문을 닫으려던 순간
새하얀 손가락이 문틈 사이로 들어왔다
나는 있는 힘껏 문을 닫았는데
손가락이 구부러질 뿐 부러지지는 않았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상한 것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살짝 밖을 보았는데
아까 그 노인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
" 내가 보지 말라고 했잖아.... "
나는 그 노인의 이상한 표정을 보면서
문틈 사이로 들어온 손가락도 보았다
너무 징그러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손가락들...
나는 비명과 소리를 지르면서
내게 남은 힘들 모두 사용하여 문은 닫았다
문이 -쾅하는 소리와 다쳤고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다른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거실에 기절하듯 누워 버렸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얼굴에 무엇이 떨어졌다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니 천장이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벽지가 계속 울퉁불퉁하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찌직하면서 찢기더니
그 물결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려왔다
머리카락이 내 몸은 완전히 덮어버리자
갑자기 얼굴이 튀어나왔다
" 같이... 가자 .... 아래로 .. "
나는 드디어 기절을 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고 모든 게 꿈같았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노인에 집에 가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 노인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 쿵 쾅 - 쿵 쾅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나는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는데
건물주는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이 건물이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내가 살고 있는 층에는 나 혼자만 살고 있다고 했다
이게 뭐 일본의 사고 물건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그리고 그 노인의 정체도 너무 궁금하지만
이런 이상한 곳에서 계속 머무를 순 없다
가능 한 빨리 이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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